명.갈.모. 에 대한 회상 그리고, 글쩍이기

정오의 종소리가 울리기 몇 분전 주영 회장님의 문자메시지가 핸드폰 벨소리를 먼저 울렸다.
[7/15~17일
명갈모 하계 MT있습니다. 장소는 ‘석모도’로 정하였습니다.]
잠시후,
[회비와 자세한 일정은 차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작년 여름 제주도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유난히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는 동적인 주영회장님과 그 반대인 여자친구…
즐거운 기억만큼이나, 명갈모와 여자친구의 중간에서 나름대로 애쓰던 기억들이 함께 나를 스쳐간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추억들 사이에서 아마 조금은 서로 부딪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또한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은 길~고, 명갈모를 알고, 함께한 시간만큼 아직까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이기에…

‘벌써 여름휴가 계획을 세울때가 됐나?’
달력을 뒤적이며 7/15~17일에 “명갈모 MT”라는 큰 글자를 써 넣는다.
올해도 소중한 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램은 작년과 다르지 아니하다.

아..그나저나 이 생뚱맞은 이름의 모임에 대해 혹시나 궁금해 할지 모르겠다.

명.갈.모.

뜻은 이렇다.

절에 때 없는 사람들의 임’

유래는 이렇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가기 전까지 고향 대구를 떠나 본적이 없는 나는 명절이면,
고향을 찾아 귀성인파가 고속도로를 메우던 장면을 늘 부러워했었다.
– 나도 명절에 선물세트 손에 들고 고향이라는데를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

기껏해봐야 명절에 큰집부터 친척집 쭉 돌아다니는 게 명절에 하는 일 다인 관계로 설에는 당일 2시 추석에는 성묘다녀오면 당일 4시 정도면 모든 일정이 끝나는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설레임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지금은 그 때 왜 그리 철없는 생각을 했는지 후회한다.
  마치 어릴때 안경 쓴 사람들이 부러워 TV를 눈 앞에 대고 쳐다보는 것과
  같은 바보같은 짓이었다는게 지금 내 생각이다. ^^*)

아무튼 그리하여 명절에 늘 할일없이 빈둥대던 어느날.
때는 바야흐로 1996년 추석이 되기 얼마 전이었다.
학교에 동기들과 후배 몇 명이 나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 처럼 갈때 없는 사람끼리 명절 당일 오후에 모이기로 하고 만든 모임이 바로
명.갈.모.이다.
1회 모임은 당시 내가 ROTC1년차인 관계로 우리학교에서 모이지 못하고, 멀리 계명대 캠퍼스(영화 “동감”의 배경지) 잔디 밭에서 맥주 몇 병 사들고 동기한명과 후배한명, 이렇게 셋이서 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해마다 2번씩 설과 추석때 모임을 시작했고, 졸업후에 내가 군에 가있는 동안 선배한명과 후배 한명이 추가되고, 동기가 나가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밀레니엄의 추석날…
우리는 감격(?)의 재회를 했고 오늘까지 해마다 모임을 지속해 오고 있다.

역사는 이렇다.

다른 모임과 달리 이 모임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명절에 갈 곳없는 이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우정을 돈독히 하자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라면 목적이다.
그 동안 많은 선, 후배, 동기들이 우리모임에 객원 멤버로 참여하여 모임을 빛내었지만,
끝까지 적을 두지는 못했던 아쉬운 기억도 남아있다.

명.갈.모.

이름은 그대로지만, 성격은 조금 바뀌었다.
세월이 흘러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취업전선에서 있다보니, 대구에 있는 사람보다
서울과 인천에 있는 회원이 더 많아 졌다.
예전에 그리던 명절에 고향을 찾는 수많은 인파중에 한사람이 된 지금…
어떻게 보면 모임 회원의 기본적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이 회원이 되어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명갈모의 뜻을 살짝 바꿔 본다.

절에 때 있어도 나오는 임’
–> 앗! 그래도 말이 된다~. ^^*
그리고 또 하나, 이제는 결혼한 사람도 생기고 해서 명절에 보는 일이 예전처럼 쉽지
않아질 듯 하다.
그래서 여름이나 겨울에 한번씩 별도의 M.T.를 진행하곤 한다.
작년 여름엔 명갈모 10주년을 기념하여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었다.

명.갈.모.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10년을 넘은 역사가 말해주듯, 가족같은 편안함이 있는 모임이다.
가끔 봐도 즐겁고, 그간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망설임 없이 꺼내놓는…
같이 앉아 방귀를 껴도 한번 웃음으로 추억이 되는 모임이다.
이 즐거운 모임이 20년 되는 날. 또 30년 되는 날….
오늘을 추억하며 다시 글을 쓰게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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