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11월
북한산 비봉에 오르다.
서울에서 꽤 오랜 시간을 살면서도 제대로 등산한번 해 본적 없었던 것 같다.
가야지… 마음 뿐…
정작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했는데,
이번에 선후배들과 함께 북한산 비봉을 오르게 되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라는 성철스님의 문구처럼…
자연은 그대로이고…
복잡한 서울 한가운데 이렇게 천연과 가까운 산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한 하루였다.
간간히 보이는 붉은 단풍이며,
어제 비바람에 씻기어내린 깨끗한 북한산과 푸른 하늘의 조화는
지금껏 보았던 어느 가을하늘 보다도 화려하고 포근했다.
산은 인생이다 라는 상투적 진실이… 새삼스레 감동으로 밀려오고…
험한 오르막 오르다 잠시 쉬는 바람에 힘들었던 발걸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정상까지 힘들게 오르기만 하기 버거울까 군데군데 내리막 길 깔아주는 것 또한 인생이요
힘들 때 돌아보면 넓은 풍경과 발아래 깔리는 고층아파트의 모습이 보여주는 짜릿한 맛 또한 인생이요
좁은 등산로 오고가며 마주치는 타인들과 서로 양보하고 고맙다 인사하는 모습 또한 인생이다.
조금 늦게 알아버린 북한산의 맛이 아쉽기만 한 밤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와이프랑 함께 작은 언덕이라도 한번 쯤 더 올라봐야 겠다.
인생과 미래를 이야기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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