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중간에 크고 작은 연못이 여러개 있어서 봄부터 여름까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데, 무더운 여름 만큼이나 성가시고, 시끄러웠던 개구리 울음소리도 멈춰선 이 가을밤에,
나는 문득 어릴쩍 읽었던 청개구리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그 책에 나오던 청개구리 엄마의 애달픈 슬품이 내 맘까지 온전히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책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자신의 말에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염려하고 타이르고 혼도 냈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한 그날까지 아이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는 날 본인을 강 옆에다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엄마를 떠나보내고서야 뒤늦게 철이 든 아이는 엄마의 유언을 그대로 듣고 강에다 엄마를 묻었다.
개구리가 비오는 날 우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근거없는 근거를 제시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모두가 아는 이 이야기가 오늘은 조금 다른 교훈으로 내게 전해졌다.
결국 엄마는 아이를 열심히 훈육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시점에 그녀의 의도대로 아이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아이는 엄마의 가르침보다는 엄마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깨닫고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의 훈육이 쌓였기 때문에 엄마를 강에 묻는 그때서라도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하면서 변화해가고 본인의 생각과 삶에 답을 찾게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이들과 다퉜다.
청개구리 엄마의 마음으로 훈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툭하면 자신들을 협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가 좋아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공부하고 있는 본인들의 모습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내 생각과 반대로 가고 싶어했다.
사실, 나의 아이들은 너무나 예쁘고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내가 어릴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일을 잘 챙기면서 스스로 계획하며 한걸음, 한걸음 성장해 가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줄이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자라길 기대하고 응원하고 지원하려 하고 있다.
지켜주고 싶고, 뭐라도 더 해 주고 싶고…
하지만 내 이런 생각은 아이들을 청개구리로 보게 할 뿐, 아이들에게도 내게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좋은 길, 더 좋은 습관, 더 좋은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 청개구리 엄마의 마음이었는데,
그 결과는 아이들을 청개구리로 만들고 여린 마음에도 상처를 주고 말았다.
아이들은 스스로 깨우치고 느끼고 터득해야 온전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성장해 갈 수 있고,
그때서야 비로소 나도 이해할 수 있으려나 보다.
더 놓아야 한다.
청개구리 엄마도 미리 놓았더라면 아이들은 더 빨리 깨닫고, 비오는날 물가에서 개구리가 우는 일은 없어졌을런지도 모를 일일다.
p.s.
나도 안다. 시간에 대한 조급함으로 너무 급하게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지만, 모든게 다 잘 될거라 믿지만, 그와 동시에 엄습해 오는 불안을 오늘도 이겨내지 못하는 나를…
생과사에 대한 고민앞에 서 있으면서도, 현실의 벽앞에 무너지는 나약한 나를 또 한번 발견해서 슬프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 만들어진 오해가 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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