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정신없는 하루였다.
세상에 나와 나랑 잠깐 인사만 나눈 녀석들은 곧바로 인큐베이터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어야 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면회처럼 영아 ICU에 들어가서 꼼지락 대고 있는 아이들을 5분정도 보는 것이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붉은 기운 가득한채 어딘가를 응시하며 꼼지락대던 모습과 세상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손가락에
심전도 같은 것을 측정하는 의료기기가 꽂혀있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잘 자랄 수 있을까? 잘 키울 수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던 그 시절의 모습은 아이폰 사진처럼 내 머리속에 선명한 사진으로 남아있다.
그 아이들이 오늘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시절 내 걱정과 기억이 기우였을 뿐이라고 몸소 말해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 동안 얼마나 잘 자라주었는지…눈물이 날만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아이들의 초등시절을 돌아보니 그 시절 나는 행복했다.
아이들은 매일 무럭무럭 자라고, 함께 대화하고, 어떤 주제에 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논쟁하고,
청소와 빨래개기와 설겆이를 도와주고, 자기만의 플레이리스트와 취향이 생기고,
얼굴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고, 아빠의 안전운전과 건강을 염려하고, 자신의 학업과 숙제와 취미생활에 집중하고,
자리를 비우거나 돌아오면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어딘가를 가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고,
그리고, 매일 같이 밥을 먹고!
아이들과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참, 많이 컸다.
졸업식에 참석해서 아이들의 학사모들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더 큰 시험의 무대로 올라가겠지…말로만 듣던 중2병 사춘기도 겪게 되겠지~
뭐가됐든 세상의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기준대로 살 수 있게, 순간순간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수 있게,
몸도 마음도 더 깊게 자랄 수 있게! 그렇게 옆에 서 있어 주고 싶다.
나 부터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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