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설날의 고향가는 길은 참으로 길었네~
고향… 부모님…
언제나 그리운 내 마음의 보금자리~
그래서 찾아기는 길은 항상 설레고 반갑고 기쁜시간이다.
하지만, 올해는 참 힘들었다.
그 순간의 감정을 놓치기 싫어 끄적였던 메모를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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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시각 2009년 1월 24일 토요일 오후 8시 16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떠난지 정확하게 5시간 40분이 지난 시점이다.
그리고 여긴 오산…
서울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데 정확히 2시간이 걸린 버스는 기흥휴게소에 4시간 만에 도착하더니
지금은 폭설이 쏟아지는 오산 부근을 지나고 있다.
서울에 올라온지 8년째 내려가는 명절이지만 오늘같은 귀성길은 정말 처음이다.
여기 정말 한국이 맞는 걸까…
길에서 맞이하는 화이트 설은 낭만 보단 두려움이다.
갈 순 있을까?
버스창을 깨고 뛰어 내리고 싶던 마음도 멀어지고 이젠 지치고 지쳐서 그냥 멍하니 눈오는 창밖만 내다보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늘어선 – 마치 주차장 같은 – 고속도로 위로 끊임없이 눈이 내린다.
바퀴가 지나가는 차선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눈으로 뒤덮혔다.
아~ 정말 지치는 밤이다.
돌아갈 수도 계속 갈 수 도 없는 순간….
오늘 고속버스에 몸을 맡긴 내 처지가 마치 몸을 다치며 고향을 찾아가는 연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무엇을 위해 이리 달려가는 걸까…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에게 설이란 어떤 의미인 것일까?
명분과 실리…
혼란의 시대~ 세상 만큼이나 내가 살아가는 기준자체도 혼란스럽다.
유지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 관습처럼 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고 보니 서울생활 몇 년에 세상 바라보는 눈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쌓여간다.
언제쯤 도착할지 모를 이 길… 왜 가는지 조차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염없이 내리는 눈…
나는 지처가고,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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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난 오후 1:30분에 집을 나서서 새벽 1:30분이 되어서야 고향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루를 다 까먹었던 고향가는 길~
두고 두고 내 기억속에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