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글쓰기 완전정복… ”3C” 를 지켜라
최근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에 이어 ‘한국의 직장인은 글쓰기가 두렵다’를 펴낸 임재춘 영남대 객원교수에게 글쓰기 완전정복을 위해 명심해야 할 사항을 들어본다.
◆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글쓰기가 두려울까=최근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의 성격이 문제된 바 있다. 논술고사를 치르고 입학한 ‘논술세대’들도 글쓰기가 두렵기는 마찬가지. 임 교수는 “글의 뼈대를 공부하지 않고 글짓기만 배우고, 구조와 논리에 따라 어떻게 쓰는가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는 실용적 글이 더 많이 쓰이는데도 제도권 교육에서 문학 작문 위주의 글에 비중을 두는 것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별도 교육과정으로 편성하는 등 글쓰기를 중시하는 추세다. 여기에서 중시되어야 할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 개발에 앞서 글의 뼈대와 구조, 문단 잡기 등을 바로잡는 것이다. 효과적 의사전달을 위해서는 글쓰기도 문장공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른바 3c(correct, clear, concise)를 명심하면 글쓰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라=최근 모 대기업에 원서를 함께 낸 A군과 B군. 학점과 토익 등 스펙이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당락이 갈렸다. 자기소개서 때문이었다. A군은 구구절절 자신의 모든 것을 전달하려 애쓴 반면 B군은 자신이 왜 그 기업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증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는 글쓰기뿐 아니라 말하기에도 적용된다. 면접 때 가장 흔하게 나오는 질문이 “왜 이 회사에 지원했는가?”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자아실현 등의 추상적 명분을 대거나 해당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모호한 말로 답변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해선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어렵다. 바람직한 답변 순서는 저는 유비쿼터스에 관심이 있습니다(주제)→손목에 차는 당뇨시계를 개발하고 싶습니다(근거)→이를 위해 자료를 모으고 싶습니다(증명)→회사와 더불어 개인적 발전을 꾀하고 싶습니다(강조)다. 목적지를 찾는 약도를 그릴 때 잡다한 것을 다 그릴 필요 없이 이정표 되는 굵직굵직한 것만 표시하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읽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라=보고서 등을 쓸 때 빠지기 쉬운 덫이 바로 유식의 과시다. 남이 못 알아듣는 것은 상대방의 무식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전달 능력 때문임을 절대 명심하라. 서울대의 J 교수. 그는 전문 논문도 물 흐르듯 쉽게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유학 시절 IBM에 근무하며 익힌 글쓰기 실력 덕분이다.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전문적 내용이라도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지식 수준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게 쓰도록 훈련받았다는 것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그러하듯, 철저히 읽는 사람 위주로 써야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어를 제대로 사용하여야 한다. 주어만 분명하게 써도 글쓰기의 어려운 부분이 저절로 해결된다. 또 적합한 단어를 써야 하며, 한 문장에는 한가지 개념만을 전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글은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려는 것이지 자신의 업적이나 고생, 유식 정도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간결한 것이 아름답다=로마의 카이사르, 영국의 처칠, 미국의 링컨 등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로 꼽히는 이들 연설의 공통점은 간결성이었다. 팩트(사실) 위주로 구성해 주제가 명료하게 전달되고 대중을 강렬하게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설가 스티븐 킹은 좋은 글을 쓰려면 형용사와 부사를 쓰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라고 주문한 바 있다. 특히 복잡한 상황이나 사무 보고서, 논문 등을 연애편지처럼 구구절절이 쓰는 것은 자살골과 같다. 이메일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거부, 사양의 뜻을 표할 때 미안한 마음에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싶은 경우도 있지만 절대 금물이다. 주관적 이야기로 말머리를 여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피곤하게 한다. 첫머리에서 결론을 밝히는 두괄식으로 구성해 팩트만을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게끔 해주는 게 진정한 예의다. 간결하게 쓰다 보면 적확한 단어도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simple is beautiful) 이 말은 실용문 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모 외국계 기업에서는 2쪽이 넘는 보고서는 아예 읽히지도 않고 곧장 쓰레기통으로 간다.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것은 문장 길이와 문단 구성, 전체 분량 모두에 적용된다. 보통 한 문장에 적합한 글자수는 평균 20자, 많아야 40자 내외가 좋다. ◆글쓰기 프로세스를 밟아라=글쓰기에도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있다. 먼저 how(어떻게) 형식과 why(왜) 형식 중 택일하고 각각 그 틀에 맞추면 된다. how 형식일 경우에는 주제 근거(설명)-증명(자료·의견)-주제 순으로 구성하고, why 형식은 왜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장 근거(이유)-증명(사실 사례)-주장 순으로 써나간다. 일상에서 범하는 실수는 글의 목적보다 배경과 필요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흐름이 늘어지고 전달의 템포가 늦어진다. 임 교수는 “흔히들 속도전이 중시되는 정보화사회에서 글쓰기는 구시대의 유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메신저 등으로 회의를 하는 등 대면 접촉이 줄었기 때문에 글쓰기를 통한 의사소통은 앞으로 한결 중시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성회 기자 saint@segye.com |
출처 : [세계일보 2005-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