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days in Tokyo
엄밀히 말하면 여행은 아니다.
지난달 중순에 회사일로 도쿄에 출장 갈 일이 생겼었다.
출장은 보통 주중에 복귀해서 거의 여유가 없는 편인데
이번엔 일정상 운좋게 주말 복귀가 되어 일본에서 살고 있는 친한 형님과 형수님도 한번 볼 기회가 생겼다.
몇 장 가지고 있던 사진들을 기억이 다하기 전에 포스팅 한다.
출장 전날 오후 늦게까지 근무를 하고 20시 김포발 하네다행 아시아나를 탔다.
공항에 내려 출국수속하고 지하철 역으로 나왔더니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네다공항역의 모습이다. 도쿄는 처음이지만, 이런 모습은 한국과 참 비슷하다
(흡사 천안가는 1호선 전철 같은…)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나니 자정을 넘어서는 시간이었지만,
배도 고프고 다음날 회의가 10시부터라 마음의 여유도 있고 해서 근처 라멘집에 들리기로 했다. 마침 일행중 전에 일본에서 8년 정도 근무하던 곳도 숙소 근처라서 잘 가던 라멘집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츠케멘이라는 소스에 찍어먹는 라멘(메밀소바같은)이었는데 돈코츠, 미소, 소유 같은 라멘은 다 먹어봤었지만, 처음 먹어보는 거라 신기하기도 했고, 또 생각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새벽에 먹기엔 양이 조금 많아서 남겼다. 메뉴에는 같은 제품이 사이즈별로 대, 중, 소로 제시되어 있었는데 가격은 모두 같아서 중으로 욕심을 부렸건만, 남기고 나오려니까 조금 미안한 맘이 들었다.
다음날 숙소를 나와서 사무실로 가는길에 찍은 숙소근처 사진…
도쿄라서 내가 가본 여타 도시보다 좀 더 번화할 거라 생각했지만, 일본의 여느 도시와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려웠다.
언제나 겉으로 볼 땐 소박한 느낌의 일본…
일본지사의 직원카페 아침풍경과 회사에서 내려다본 주변 풍경.
이 날은 이 풍경을 뒤로하고 하루종일 회의 삼매경에 빠졌었다.
출장의 메인은 이 워크샵 회의였는데, 정작 이 때는 사진이 없다는 아이러니 함이란…
(저 놀러 온거 아니에요 ^^;;;)
저녁엔 워크샵을 했던 카운터파트 멤버들과 이자카야 같은 곳에서 간단히 맥주도 한잔했고 손님많은 실내포장마차 같은데서 2차까지…
엄청 다양한 안주거리가 있었는데 상대방에 예의가 아닌것 같아 맨 처음 나온거 외에 다른 건 찍지 못했다.
말 육회도 처음 먹어 봤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육회랑 크게 다르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즐겁고도 힘든 회식였는데, 일본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는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는 오후였고, 회사에서 출장편에 아이패드를 구매해 오라는 오더도 받은 터라 아침 일찍 신주쿠로 향했다.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30분 단위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졌다.
명동이나 종로 같은 구도심 번화가의 느낌…
가장 번화한 신주쿠라면 당연히 애플스토어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결국 소프트뱅크 직원에게 물었더니, 애플스토어는 시부야에만 있다는 적잖이 당황스런 답변…
에라~ 밥이나 먹자 하고 들어간 라멘집…
같이 온 일행분들 대부분이 예전에 도쿄에서 오래 살았던 분들이라
구석구석 맛집을 많이 알고 있어서 여행 때와는 또 다른 루트에 대한 색다름을 느끼기에 좋았다. (but, 이번에도 라멘집! ^^*)
신주쿠 역 근처의 라멘집인데 점심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임에도 꽤 유명한 집인지 사람들이 빼곡했다.
어쨋든 우린 임무가 있으니 돈코츠라멘을 하나씩 시켜서 먹고 시부야로 고고~
내 기억속 시부야는 보아의 공연으로 유명했던 곳~ 또, 보행신호 때면 엄청난 인파가 도로를 메우는 곳~
하지만, 이 날은 조금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진 않았다.
(사실 뉴아이패드 사고 다시 돌아올땐 엄청 많았는데 넘 시골스러울까봐 쿨하게 사진은 skip했다는…)
시부야에서 소귀의 임무를 완수하고 숙소로 오는 길에 보니 어젠 몰랐는데 회사 옆에 Sony본사 빌딩이 있었다.
숙소에서 짐을 찾고 일행과 떨어진 후, 난 기호형이 있는 시즈오카로 향했다.
가끔 일본 올 때 몇 번이고 얼굴한 번 보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여의치 않았는데
참 오랜만에 볼 수 있었어 나름 떨리는 발걸음였다.
큰 일을 당하고 아직 소식도 전하지 못했기에 형이 듣고 놀랄 꺼란 생각도 들었고…
도쿄에서 가깝다고 해서 서울-분당 정도의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신칸센을 타고 1시간 20분정도 온거 같다. 덕분에 신칸센도 처음 타게되었는데, KTX보다 훨씬 편하고 개인공간도 넓었다. (새마을 특실 같은 느낌?)
기호형이 사는 곳은 시즈오카역에서 40분을 달려서 나온 바닷가 바로 옆에 있는 관사였다. 작년 일본의 아픈 기억때문에 조금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경치는 너무 좋았다.
날씨가 좋을 땐, 이곳에서 후지산까지도 바로 보인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난 몰랐다. 후지산이 시즈오카현에 붙어 있는지…
천재지변이 걱정스럽지 않냐고 했더니 오히려 일본사람들은 북한 미사일을 더 걱정한단다.
그러고 보니, 여긴 너무나 차분한 일상인데 한국에선 지진, 방사능에 대해 엄청 시끄럽고, 한국은 또 그런가보다 하는 북한 미사일에 대해 일본에서는 연일 관심집중이다. 이웃나라가 관심사가 다르다는게 꽤 신기했다.
저 멀리 하얗게 솟아 보이는 것이 후지산인데, 내가 간 날은 흐려서 볼 수 없었다.
기호형이 핸드폰에 찍어둔 사진을 하나 전송받아 왔다.
저녁에 기호형 가족들과 함께 근처 스시집을 갔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회전초밥 가게인데 테이블에 전자 메뉴판이 함께 있어서 거기다 주문하면 테이블 마크(색깔)를 달고 트레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신선한 초밥을 먹을 수 있었다.
제법 맛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전날 발병한 장염때문에 맛난 음식들 마음 껏 못 먹은게 너무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와인이랑 사케를 사서 집에서 한잔했었고.
근처에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조금 오래된 온천도 다녀왔다.
정말 물이 좋은건지 기분탓인지 몰라도 장이 조금 좋아지는 듯 하더라는…
사케도 맛있었지만, 세계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와인이 꽤 입맛에 맞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형들 식구와 함께 집근처 공원을 잠시 들렀다.
임진왜란 때 한국으로 쳐들어 와서 우리도 잘알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가 있는 곳이었는데…
도쿄뿐 아니라 멀리 교토에서도 여행자들도 들렀다 간다고 하고 그날도 방문자가 꽤 많았다.
일본사람에게는 매우 존경받는 인물 중 한명이라고 한다.
다소 마음은 불편했지만, 역사란 똑같은 실수를 않기 위해 배우는 거니까…
그리고, 우리에겐 이순신 장군이 계시니까하고 초등생 같은 위로를 스스로 던졌다.
마지막으로 케이짱과 미라이짱을 사진에 담고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런 기회가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한번 가보고 싶고…
갑작스런 방문에도 마음으로 받아준 형과 토모미형수님, 집에 올때가 되서야 친해진 케이짱과 미라이짱…
기호형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단 말로 출장 곁다리 방문기를 정리한다.
p.s. – 한국오면 맛난거 대접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