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방사선 5일차
5일차지만 오늘은 주말이라 3일간은 별도의 치료가 없다.
3일차부터 너무 힘들어지고 있어서, 휴식이 반갑지만 나를 희생해서 적을 죽여야하는 항암치료임을 가만하면 서로에게 시간을 주는 건 아닌가 쓸데없는 조바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속이 점점 더 미식거리고, 거북하다. 음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을 먹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
막상 식사를 시작하면 못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 길까지의 길이 길다.
아침은 삼계죽을 먹었다. 점심은 불고기를 만들어줘서 백반처럼 먹었는데 먹기까지가 힘들었을 뿐 의외로 입에 붙어서 2그릇을 먹었다.
동생네가 애들을 데리고 나가 우리 부부에게 시간을 빼주었고, 나는 잠시 아파트 뒷동산에 산책을 다녀왔다.
쉽게 올라가던 그 길도 한걸음 한걸음 컨디션 체크를 하며 조심스러운건 체력때문인지, 심리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우린 저녁을 준비해서 같이 먹었다. 오전에 괜찮았던 불고기와 김치찌개, 또 갈치구이를 구웠다.
어린 조카가 분위기 메이커가 되고, 여럿이 이야기를 나누니 식사가 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항암이란게 결국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하는 것 같다. 하루하루 잘먹기 위해 1차원적인 고민을 하는 것…
아니 음식이 부족한 건 아니고 선택의 문제니 1차원적인 고민은 아니겠다.
하지만, 불편한 속과의 전쟁을 하며 무엇인가를 먹어가며 항암치료에서 적만 죽이고 나는 데미지를 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모두인 것 같은…
저녁에 방사선 크림을 바르다 보니 온 몸에 발진이 나있는 걸 알게 되었다. 가슴과 등판에 울긋불긋 반점이 돋아있고,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한개 정도는 물집도 보인다고 아내가 말했다.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 역시 많은 환자가 경험하는 부작용이라고 한다.
주말은 조금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관찰해 봐야겠다.
P.S. – 동생이 아이들까지 데리고 1박2일 체험캠프를 다녀오겠다고 한다. 그 마음이 고맙다.
조카들과 식사할때 어머니와 화상통화를 했다. 조금이라도 덜 걱정하셨으면 하는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