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남대문)! 무너진 600년의 자존심 회복에 관하여… (부제: 천년지계를 당부하며)
설 연후가 끝나던 일요일 새벽…
특선영화 자막 밑으로 숭례문의 화재소식이 전해져왔다.
숭례문이 무엇인가?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또한 대한민국의 그것이요, 국보 1호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아니던가!
당연히 조기에 진화가 될 것이라 여기고 그냥 넘기고 말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온 뉴스속보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큰 불길과 화염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다 재가 되어 무너지는 숭례문을 보고 있노라니, 그 어처구니 없음에 뭐라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더군다나 불과 얼마전에만 해도 연기만 피어나던 (그래서 곧 진화 될 것 같았던) 숭례문이 화염에 싸여 활활 타는 광경이란 안타까움을 넘어 참혹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화재의 원인이 의도적 방화라니…
공동체의 가치가 한사람의 악의앞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참혹한 심정에 다르지 않다.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는 연일 책임공방에 예방대책 미흡을 거론하며 핏대를 올리고 있고,
숭례문의 상징성과 복구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 다루는 이 모든 것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최근의 태안사고와 삼성특검, 이명박특검에 이은 또 하나의 뉴스 이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이제 숭례문은 불탔고, 600년 민족의 역사와 자존심에도 심한 상처를 받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관리책임과 화재진압 절차의 문제점에 대한 공방도 빠질 수 없는 단계이고, 후속범죄를 막기위해서라도 방화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며, 향후 예방대책과 복구방안에 대한 수립도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600여년간 우리의 마음속에서 한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켜준 ‘국보1호’ 숭례문…
그 외형은 복구되더라도 그 문화적 가치와 의미에는 치명적 손상을 입어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꼭 한가지 우려하는 바와 바라는 바가 있다
그것은 숭례문의 복구는 성급한 외형 갖추기에 치우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남대문의 복구가 무너진 자존심을 땜질하는데만 급급해
조기에 복구하는 것을 그 목표나 기준으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에서 들리는 말로는 1~2년이면 복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한다. 건축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그것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사의 뉘앙스는 빠른 시간안에 복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것은 알 수 있다.
나는 –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 복원된 남대문이 흡사 예전에 2차선 경부고속도로 처럼 언제나 크고작은 공사들로 가득한 공사장으로 변해 늘 장막에 가려져 있는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남대문의 복구는 천년지계의 마음으로 주춧돌 부터 다시 놓아야 한다..
600년 전 세워진 조선왕조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의 자존심이 되었듯 이제 다시 세우는 남대문은
1000년 뒤 우리 후손의 자존심으로 자리매김 하기에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어야 한다.
복구 시간이 10년이나 20년이 더 걸리더라도 복구된 후에 예전의 위상과 위험을 찾고, 늘 우리 곁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다시 서 있던 든든한 숭례문이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1000년이 지난 후에도 그 자리에 건재하게 서서 지금껏 우리에게 그러하였듯 후손들에게도 국보1호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600년이 되던해에 화마로 재가 되었지만, 다시 의연히 일어서서 이렇게 1000년을 더 살아왔다고…’
한가지 더, 국가적으로도 이번일을 거울삼아 더 이상의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응이 없도록 문화재 보존정책에 보다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들 스스로가 민족의 소중한 유산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녀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
늘 곁에 있던 무심했던 것들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음을 돌아보게 되는 밤이다.
(2/11) 박종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