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3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계절병처럼 또 그 놈이 불쑥 나를 찾아왔다.
뭘 하고 있는건지, 어디로 가야하는건지 모르겠고,
모든게 미궁에 빠졌다는 느낌이 들때면 그 녀석, 어김없이 내 앞길을 막아선다.
젠장…
하지만, 그래서 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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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 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